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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야기

그리운 시절

by Trivial_Diary 2018. 3. 13.

핸드폰도 삐삐도 없던 시절.

친구를 만나기 위해선 항상 놀이터로 향했다.
정해진 시간도 없었지만, 항상 우리들은 그곳에서 모였다.

때론 너무 일찍와 혼자 밖에 없을 때도 그다지 걱정되지 않았다.
곧 있으면 다들 올 것임을 알았기 때문에.

어떤 날은 술래잡기, 
어떤 날은 테니스공으로 하는 야구,
어떤 날은 다방구.

끝나는 시간은 언제나 저녁 무렵 TV에서 만화영화가 시작할 때 쯤이었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으며 그당시 유행하는 만화를 보았다.
운동화와 양말에 흙을 잔뜩 품고가 어머니에게 잔소리 듣는 것은 언제나 덤이었고,
우리에게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은 공중파 방송이었던 MBC, KBS, SBS 정도 밖에 없었다.

그 시절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 올 수가 없다면,
친구집에 전화를 걸어 주로 집에 계셨던 친구 어머님이나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 당시 친구 집 전화번호 7자리는 어디에 적지 않아도 머릿속에 새겨져 있었다.

지금은,
약속을 정하지 않으면 따로 만날 장소도 그 누군가도 없다.
그 무엇을 해도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그저 아무것도 안할 때가 편하다.
TV를 틀면 채널들이 너무 많아 선택하기가 어렵고,
숫자7자리를 외우기엔 너무나 힘이들다.

그래서,
그 당시 그 시절이 더 그리운 것 같다.
약속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언제나 내곁에 있었고,
항상 에너지가 넘쳐나 뛰어놀고,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어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았다.
무엇보다 힘에 넘치던 어머니의 잔소리와 
항상 웃으며 반겨주던 친구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주름진 웃음이 너무나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