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도 삐삐도 없던 시절.
친구를 만나기 위해선 항상 놀이터로 향했다.
정해진 시간도 없었지만, 항상 우리들은 그곳에서 모였다.
때론 너무 일찍와 혼자 밖에 없을 때도 그다지 걱정되지 않았다.
곧 있으면 다들 올 것임을 알았기 때문에.
어떤 날은 술래잡기,
어떤 날은 테니스공으로 하는 야구,
어떤 날은 다방구.
끝나는 시간은 언제나 저녁 무렵 TV에서 만화영화가 시작할 때 쯤이었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으며 그당시 유행하는 만화를 보았다.
운동화와 양말에 흙을 잔뜩 품고가 어머니에게 잔소리 듣는 것은 언제나 덤이었고,
우리에게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은 공중파 방송이었던 MBC, KBS, SBS 정도 밖에 없었다.
그 시절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 올 수가 없다면,
친구집에 전화를 걸어 주로 집에 계셨던 친구 어머님이나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 당시 친구 집 전화번호 7자리는 어디에 적지 않아도 머릿속에 새겨져 있었다.
지금은,
약속을 정하지 않으면 따로 만날 장소도 그 누군가도 없다.
그 무엇을 해도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그저 아무것도 안할 때가 편하다.
TV를 틀면 채널들이 너무 많아 선택하기가 어렵고,
숫자7자리를 외우기엔 너무나 힘이들다.
그래서,
그 당시 그 시절이 더 그리운 것 같다.
약속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언제나 내곁에 있었고,
항상 에너지가 넘쳐나 뛰어놀고,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어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았다.
무엇보다 힘에 넘치던 어머니의 잔소리와
항상 웃으며 반겨주던 친구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주름진 웃음이 너무나도 그립다.
'*소소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르게 살자(2007) (0) | 2018.03.17 |
---|---|
집에만 있기에 너무 답답한 날 (0) | 2018.03.14 |
스틸 라이프(Still Life, 2013) (1) | 2018.03.13 |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0) | 2018.03.11 |
(사연 있는 노래)사랑이 어떻게 그래요 by 이승환 (0) | 2018.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