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늦게 입대한 7년전, 그래도 나보다 더 나이가 많았던, 그리고 홍대 아웃사이더를 표방하던
룸메이트 동기형의 추천으로 알게된 박민규 작가.
(군대 특성상 2인 1실이었다.)
한겨레 문학상을 받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부터 '지구영웅전설', '카스테라', '더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등 장/단편 소설(단편은 단편모음집)들이 다양하게 있다.
그 중 역시 나에게 최고의 작품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다.
야구를 모르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야구이야기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고
읽다보면 어느새 주인공과 함께 우울했던 시기를 버텨가며 성장해 내가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렇게 크게 웃어 본적은 지금까지도 없었던 것 같다.
씁쓸할 수도 있지만 해학적으로 풀어나가는 담담한 문체는 어두운 내용에 잠시 한발 물러나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밑줄을 치면서까지 읽으면서까지 읽고 웃던,
그렇지만 마음속 한켠에 무언가 울컥함이 올라오기도 했던,
참 고마웠던 책.
다만 작가가 작년의 이 책에서 다른 책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 '표절'을 했다고 시인했다.
그당시는 지적재산가치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며, 쿨(?)하게 시인한 것이다.
그래도, 그 스스로의 글처럼 답답한 현실에서 완벽히 이겨내진 않아도 묵묵하게 버텨가며
또 다시 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바란다.
"1할 2푼 5리의 승률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그래서, 친구들에게"
"플라이볼, 그때였다. 공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그대신 나는 무언가 거대하고 광활한 것이 내머리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그것은 늘이었다. 말도 안되게 거대하고 광활했으며, 맑고 투명했으며, 눈이부시도록 푸르고 아름다웠으며,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로 처음 본 하늘이었다. 그만 나는 움직일 수 없었고, 내가 무엇인지를 망각했고, 내가 어디에 속해있는지, 나의 계급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순간 세계가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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